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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매드맨인가, 매드맨 전략인가

트레이더뉴스 2025. 2. 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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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맨 혹은 매드맨 전략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극단적인 발언과 예측 불가능한 행동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동맹국들에게 가차 없이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고,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며, 북한을 향해 "완전한 파괴"를 언급하는가 하면, 또 다른 순간에는 정상회담을 추진하며 화해의 제스처를 보였다. 한편으로는 언론을 향해 "가짜 뉴스"라며 공격하면서도, SNS를 통해 직접 정책을 발표하는 전례 없는 소통 방식을 유지했다.

 

이처럼 일관성이 없어 보이는 그의 언행은 단순한 충동적 성격의 발현일까, 아니면 치밀한 전략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일까? 많은 비판가들은 그를 단순한 ‘매드맨(미치광이)’으로 보지만, 일부 분석가들은 그가 ‘매드맨 전략(Madman Theory)’을 활용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 했던 전략가일 가능성도 제기한다. 과연 트럼프는 무분별한 행동을 일삼는 혼란의 인물인가, 아니면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면서도 이익을 얻으려는 전략가일까?

 

매드맨 전략의 양면성

협상력 강화 vs. 불안정성 초래

 

매드맨 전략(Madman Theory)은 상대방이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며, ‘무엇을 할지 모르는 위험한 인물’이라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의 장점은 상대방이 불확실성을 두려워하며 양보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인데, 실제로 국제 외교나 비즈니스 협상에서 강경한 태도를 취하며 상대를 압박하는 전략은 종종 효과를 발휘해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러한 방식을 활용해 무역 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내거나, 외교 무대에서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매드맨 전략은 단점도 명확하다. 너무 자주 극단적인 태도를 보이면, 협상 대상국뿐만 아니라 동맹국들조차 신뢰를 잃고,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상대가 트럼프의 ‘위협’을 진짜로 받아들이고 강경하게 맞설 경우, 갈등이 조정 불가능한 수준으로 커질 위험도 있다. 즉, 매드맨 전략은 일시적으로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신뢰를 떨어뜨리고 글로벌 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들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매드맨 전략의 기원

닉슨 대통령의 냉전 외교

 

매드맨 전략(Madman Theory)은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미국 대통령이 냉전 시대에 구사한 외교 전략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닉슨은 베트남 전쟁을 조기에 종결하고 미국의 외교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소련과 베트남, 중국 등에 자신이 "예측할 수 없는 위험한 인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 했다.

 

1969년, 닉슨은 소련과 베트남 측에 “미국은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은밀히 흘려보냈다. 그는 “나는 너무 반(反)공산주의적이어서, 필요하다면 핵전쟁도 불사할지도 모른다”는 신호를 주며, 상대가 협상장에서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압박했다. 실제로 그는 B-52 전략폭격기를 소련 국경 근처까지 배치하는 등의 군사적 시위를 통해 위협을 현실화했다.

 

이러한 접근법은 적대국이 미국의 행동을 예측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협상에서 미국이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매드맨 전략이 언제나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며, 상대방이 미국의 허세를 간파하거나 강경한 대응을 선택할 경우, 오히려 불안정을 초래할 위험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 역시 이러한 닉슨의 전략과 비교되며, 현대적 맥락에서 그 효과가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의 매드맨 전략 사례 1

‘화염과 분노’로 압박한 북핵 협상

(2017~2019)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매드맨 전략 사례로는 2017~2019년 북한과의 핵 협상 과정에서 보인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전략이 꼽힌다. 트럼프는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지속하자, “북한이 계속 위협하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할 것”이라며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강경 대응을 경고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로켓맨(Little Rocket Man)"이라는 조롱 섞인 별명을 붙이며 외교적으로 전례 없는 도발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강경 발언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는 미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전개하고, 대북 경제 제재를 강화하는 등 군사·경제적 압박을 동시에 가했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태도가 북한을 자극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러나 북한은 점진적으로 대화 모드로 전환하며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었고, 이후에도 한동안 외교적 접근이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화염과 분노’ 전략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데 일정 부분 성공했지만, 결국 실질적인 비핵화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트럼프의 강경 발언이 협상을 위한 심리전이었는지, 아니면 실제로 군사 행동 가능성을 고려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 사례는 그가 매드맨 전략을 활용하여 상대를 흔들고 압박하는 협상 방식을 즐겨 사용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으로 평가된다.

 

트럼프의 매드맨 전략 사례 2

예측 불가능한 미·중 무역전쟁

(2018~2020)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을 주도하며 강경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펼쳤다. 그는 기존의 외교적 협상 방식을 탈피해 급작스러운 관세 인상과 위협적인 발언을 반복하며,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강하게 압박했다.

 

트럼프는 2018년 중국산 제품에 대해 500억 달러 규모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미·중 무역 갈등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후 2019년까지 추가로 수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25%의 고율 관세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며 압박을 강화했다. 특히, 그는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트위터를 통해 돌발적인 추가 관세 부과를 발표하거나, 협상 결렬을 시사하는 등 예측할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

 

이 같은 전략은 중국 정부에 불확실성을 심어주면서,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중국이 양보하도록 만드는 심리적 압박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2019년 말, 미·중 양국은 ‘1단계 무역합의(Phase One Deal)’를 체결하며 부분적인 무역 협정을 이끌어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등의 조치를 약속했고, 미국은 일부 관세를 철회하거나 완화하는 양보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 전략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지만, 동시에 글로벌 경제 불안을 키우고 미국 기업들과 소비자들에게도 피해를 초래했다.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내 제조업과 농업이 타격을 입었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 성장에도 부담이 가중되었다. 결국, 트럼프의 무역전쟁이 중국을 압박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으나, 그 부작용 또한 상당했다는 점에서 매드맨 전략의 양면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극단적 행동인가, 철저한 전략인가

매드맨인가, 매드맨 전략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그의 대표적인 매드맨 전략 사례였던 ‘화염과 분노’ 북핵 협상과 미·중 무역전쟁에서 드러나듯, 예측 불가능한 압박과 극단적인 발언을 통해 상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방식을 반복해왔다. 그리고 지금, 그는 또다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선언했다가 돌연 유예하는 등 전형적인 매드맨 전략을 구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처음에는 단호한 태도로 관세 부과를 경고하며 긴장감을 조성하지만, 이후 갑작스럽게 유예를 결정하면서 상대국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방식은 트럼프식 협상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이것이 단순한 즉흥적인 행동인지, 아니면 ‘위험한 인물’로 보이기 위해 철저히 계산된 전략인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의 행동을 무분별한 충동적 결정으로 볼 수도 있고,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심리적 게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트럼프의 이러한 행보가 국제 정치와 경제에 거대한 불확실성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그의 의도에 따라 글로벌 시장과 외교 관계가 출렁이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로 예측할 수 없는 매드맨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면 ‘매드맨처럼 보이려는’ 전략가인가? 그의 방식이 장기적으로 미국에 더 큰 이익을 가져올지, 아니면 동맹국과 적대국 모두를 지치게 하면서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를 잃게 만들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 있다. 우리는 그가 단순한 혼돈의 인물인지, 치밀한 협상가인지 곧 확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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